절차탁마 S

절차탁마S 8월 19일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20-08-14 22:23
조회
77
비가 계속되는 요즘입니다. 후덥지근하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작년 여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오금희를 한 덕에 공부할 때 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요새 몸이 늘어지는 것 같다고 느껴지신다면 오금희를 해보시죠. 혼자하기 어렵다면 수요일에 11시에 오셔서 같이 하시면 됩니다.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 주 공지입니다. 《맹자》는 〈등문공 상·하〉, 《스피노자와 표현 문제》는 7장까지 읽어 오시면 됩니다. 과제는 리(利)를 다르게 정의하는 것입니다. 맹자는 리(利)가 아니라 인의(仁義)에 근거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그 시대에 당연하게 여겨진 ‘리’에 근거한 미신을 넘어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따라서 맹자는 리(利) 일반을 거부한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가 넘어가려고 했던 ‘리’와 스피노자적 의미에서 개체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할 때의 ‘리’란 각각 무엇일까요? 맹자에게도 불교에서 말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처럼 대립과 갈등을 넘어가는 이로움이 있습니다. 그 이로움이 무엇인지 정리해오시면 됩니다. 어우, 이번에도 쉽지 않네요. ㅎㅎ 간식은 봉선쌤, 후기는 정수쌤입니다~

스피노자를 만난 지도 어느덧 3년이 되었네요. 그런데도 아직 개념에 대한 정의가 헷갈립니다. 적합한 관념, 부적합한 관념이 아직 ‘이행’보다 ‘정답’으로 생각하고 있더군요. 차근차근 정리하고 이해하기보다 어느새 느낌으로 또 때려 맞추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읽어야겠습니다!

맹자를 읽을 때도 이렇게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념이 헷갈린다기보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요.... 부동심(不動心)을 이해하려면 수약(守約), 양호연지기(養浩然之氣), 자반이축(自反而縮), 물정(勿正), 심물망(心勿忘), 물조장(勿助長), 지언(知言)과 같은 수양 개념들을 정리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맹자는 왜 백이, 이윤, 유하혜가 아니라 공자를 제일로 내세웠는지도 해석해야 합니다. 읽다보면 많은 개념들에 밀려서 ‘부동심’은 사라지고 맙니다. 채운쌤도 처음에 맹자가 어디서 출발해서 어떻게 증명하고 있는지 논리의 흐름을 명확하게 정리하면서 읽어야 한다고 하셨죠.

둘 다 내재론에 입각한 철학이어서 그런지 스피노자와 맹자는 여러 지점에서 통합니다. 스피노자에게 개체는 타자로 이루어진 복합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의 실존에 위배되는 식으로 자신의 실존을 지속할 수 없죠. 개체가 실존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은 타자의 실존에 도움을 주는 노력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비슷하게 맹자가 말하는 선(善)은 개체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무의식입니다. 물론 맹자는 스피노자처럼 개체가 다른 개체와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기하학적으로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서양과 동양의 철학사가 다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맹자가 본성이 ‘선’하다고 얘기함으로써 어떤 사회를 얘기했는지 따라가다 보면 스피노자가 얘기한 것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

스피노자는 희망 없는 공포 없고, 공포 없는 희망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개체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실천은 두려움이 되는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변용에 국한된 관념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맹자의 수신(修身) 또한 편협한 자신으로부터 벗어나서 개체가 연결되어있는 무의식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맹자에 따르면, 우리는 본성(性)적으로 은 타자와 연결되어있다는 감각 속에서 살아가는데, 사욕(私欲)에 의해서 본성이 가려집니다.

그런데 사욕에 의해 가려졌다고 해서 그것이 개체의 결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욕에 예속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그 개체의 역량을 남김없이 발휘한 결과입니다. 그러고 보니 주희는 양혜왕 상 1장에 이런 주석을 달았죠.

“이 장은 인의(仁義)가 사람 마음의 고유한 것에서 근원하니, 천리(天理)의 공평무사함이다. 이로움을 구하는 마음은 사물과 내가 서로 형상화한 데서 생겨나니, 인욕(人欲)의 사사로움이다. 천리에 순응하면, 이로움을 구하지 않고도 저절로 이롭지 않게 되는 게 없다. 인욕(人欲)에 순응하면, 아직 이익을 얻지 못해도 해로움이 나에게 따라올 것이니, 티끌 하나의 차이가 천리의 어긋남을 말한다. 이것은 맹자의 글이 단서를 만들어 사유를 개시하는 깊은 뜻이 있으니, 배우는 사람들은 마땅히 정밀히 살피고 명확하게 분별해야 할 것이다(此章言仁義根於人心之固有 天理之公也. 利心生於物我之相形 人欲之私也. 徇天理 則不求利 而自無不利. 徇人欲 則求利未得而害己隨之. 所謂毫釐之差 千里之繆. 此孟子之書所以造端託始之深意 學者所宜精察而明辨也).”

군자와 소인의 차이는 타고난 씨앗의 차이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내재된 씨앗을 발현했냐 ‘아직’ 못했냐의 차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욕을 걷어내기만 하면 그 순간 군자로 살아가는 것이죠. 채운쌤은 윤리가 복(復)이나 귀(歸) 같은 단어들로 표현되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하셨죠. 저런 글자들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 같은 것은 따로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자유로워지기 위해 다른 곳에서 구원을 요청하지 않는 것. 이것이 윤리를 사유하는 데 있어서 왜 중요한지 조금씩 알게 됩니다.

들뢰즈가 스피노자를 통해 돌파하려 한 것도 ‘유비’와 ‘탁월’에 근거해 개체를 판단하는 초월적 사고방식입니다. ‘유비’는 ‘신’과 많이 닮을수록 우월하고, ‘탁월’은 이상적이지 않은 모든 것들을 열등한 것으로 취급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여기에는 아무리해도 개체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탈출구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들뢰즈는 스피노자에게서 역량, 개체를 어떤 결여도 없이 그 자체로 완전한 실재로 이해하는 사고방식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이해되지 않는 구절들이 더 많지만, 들뢰즈가 어떤 점에서 스피노자의 영향을 받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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