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4]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어떤 일에도 자극받지 않는 것은 위대함의 가장 확실한 증거다. 별들과 보다 가깝게, 보다 질서정연하게 존재하는 우주의 상층은 응집해서 구름을 만들지도 않고 태풍을 형성하지도 않으며 회오리바람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아래 지역은 번개가 쳐서 초토화되어도 위쪽은 모든 소동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렇듯이 숭고한 정신은 조용한 정박지에 단단히 닻을 매고 화의 모든 요소들을 진압하면서 항상 자제력을 잃지 않고 평화롭고 질서정연한 모습이다.(…)
우리는 데모크리토스의 저 유익한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마음의 평정은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우리 능력을 벗어난 대부분의 활동을 피함으로써만이 얻어질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수많은 거래를 처리하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누군가로 인해 혹은 어떤 일로 기분이 상하거나 화가 나지 않고 무사히 지나가는 날이 단 하루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도시의 거리를 황급히 걸어가다 보면 이 사람 저 사람과 부딪치고, 여기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저기서 가로막히고, 또 어딘가에서 물벼락을 맞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어떤 지시도 없고 뒤죽박죽 산만한 인생을 살아갈 때 우리는 수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되며 따라서 숱한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다. (…)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시도를 할 때 항상 예외 없이 운을 따라줄 만큼 운명의 특별한 총애를 받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계획이 좌절되면 사람이나 일에 대해 인내심을 보이지 못하고 별것 아닌 이유로 화를 내고 사람에게, 자기 직업에, 때로는 장소에, 때로는 운명에, 때로는 자신에게 화를 내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을 고요히 다스리기 위해서는 앞서도 말했듯이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너무 많은 일, 너무 중차대한 일로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거나 지치게 해서는 안 된다. -<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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