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8] 미라래빠

로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라래빠를 향해 외쳤다. “당신은 유별난 수행자이므로 논리학에 대해서도 깊은 지식을 가졌을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이 같은 행동은 진리를 욕되게 하고, 당신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칠 뿐이오. 나아가서는 진리 수행자로서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오. 그러니 논리의 법칙에 맞추어 간단한 명제를 제시해 보시오.”
그러자 미라래빠가 대답했다. “친애하는 학자여, 그대는 언어니 논리니 따지지 말고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지니고 있는 진리체 안에서 편안히 휴식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욕망을 극복하도록 해야 하오. 질투와 다섯 가지 번뇌 망상으로 비참한 세계에 떨어지기 전에, 정견을 지니고 공덕을 쌓도록 하시오. 제발 스스로 자신을 해치지는 마시오. 나는 그대 학파의 논리는 알지 못하오. 하지만 나 자신의 ‘논리’를 말하자면, ‘스승과 핵심 교의, 근면과 인내, 은둔처에 머물며 수도하기, 그리고 내면에서 경전과 깨달음을 구하기’라오. 또한 신심을 지닌 ‘신실한 보시자들’의 논리요, 진실하고 가치 있는 ‘보시의 수혜자가 되는 논리’오. ‘사악한 욕심과 질투’의 논리에 사로잡히면 ‘지옥’의 논리와 ‘고통’의 논리를 겪게 되는 것이오. 그럼, 노래를 한 곡조 부를 테니 귀담아 들어 보도록 하시오.”
<번뇌에서 해탈한 스승들께 예배를! / 오오, 타락한 이 시대여, / 사람들의 질투심이 걷잡을 수 없는 시대여! / 로뙨과 다로여, 들을진저. / 내가 모태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 어머니의 젖을 어떻게 먹을 수 있었으리? / 모유를 먹여주지 않았다면 / 세 가지 곡식을 어떻게 먹을 수 있었으리? / 곡식을 먹지 않았다면 /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으리? / 성장하지 않았다면 / 어떻게 출가할 수 있었으리? / 출가하지 않았다면 / 어떻게 여러 지방을 돌아다닐 수 있었으리? /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지 않았다면 / 어떻게 자애로운 스승을 만날 수 있었으리? / 스승을 만나지 않았다면 / 어떻게 홀로 은둔처에서 명상할 수 있었으리? / 은둔처에서 명상하지 않았다면 / 내적 체험과 깨달음을 어떻게 성취할 수 있었으리? / 깨달음과 내부열이 각성되지 않았다면 / 어떻게 얇은 무명옷으로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었으리? / 무명옷으로 살 수 없다면 / 어떻게 보시자들의 신심을 일깨울 수 있으리? / 보시자들의 신심이 없다면 / 오 학자들이여, 그대들이 나를 질투할 리가 있는가? / 증오와 질투가 그대들 안에서 일어나지 않을진대 / 오 학자들이여, 그대들이 어떻게 지옥에 떨어지리? (…) 오 훌륭한 교사들이여, 학자들이여, / 무의미한 낱말과 공허한 언어를 / 진리라고 여기며 집착하지 말기를! / 문자나 쫓아다니는 데 마음을 쓴다면 서른두 번 거듭 산들 무슨 소용 있으리? 아상의 원수를 정복함이 / 훨씬 낫지 않겠는가? / 말, 말, 말을 위해 낭비할 시간이 나에게는 없네. / 논리니 명제니 나는 모르나니 / 오늘의 논쟁에서 승자는 그대들이네!>
-<미라래빠의 십만송> 中 ‘논리학자들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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