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0] 데이비드 스즈키, 피터 너슨

이누이트족은 영혼을 모든 생명체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영혼을 작은 존재로 상상한다. 영혼은  살아 숨쉬고 변하는 모든 생물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인간의 영혼은 작은 인간이고, 삼림순록의 영혼은 작은 삼림순록이며, 바다표범의 영혼은 작은 바다표범이다. 이누이트족은 영혼이 사타구니 안에 있는 공기거품 속에 있다고 믿는데, 그곳은 현대 생물학이 새로운 생명체를 만나기 위해 DNA의 유전자 정보를 가득 실은 생식세포인 난자와 정자가 만난다고 말하는 바로 그 장소이다.
영혼은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영혼은 생명력과 의식이 신성한 불꽃을 일으키면서 다른 생물로 다시 태어난다. 이 북극 지역에 전해지는 한 설화는, 방황하는 인간의 영혼이 그 영혼을 무례하게 대했던 여인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 그 영혼은 개로 환생했다가 다음에는 바다표범으로, 그 다음에는 늑대, 삼림순록, 해마, 마지막에는 옛날이 그리워 다시 바다표범으로 환생했다. 그러나 이때 바다표범은 아기를 갖지 못하는 사냥꾼 부부에게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얼마 뒤 여자는 마침내 임신을 했다. 그녀는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는 매우 솜씨 좋은 사냥꾼이 되었는데, 이것은 그의 영혼이 그동안 여러 동물로 환생하면서 스스로 경험했던 지혜를 쌓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생명체든 죽은 후 그의 영혼은 임시로 하늘 높이 여신이 살고 있는 곳에 머무른다. 여기서 영혼은 엄청난 변화를 경험한다. 죽은 자의 영혼은 다시 태어나서 달을 타고 땅으로 다시 내려간다. 툰드라 지대의 이투이트족은 한동안 밤하늘에서 달빛이 사라지면 달이 이 일을 하느라 바빠서 그런 거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영혼이 하늘을 오가는 일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영혼이 하늘에서 여신에게 다시 생명을 받아 자기가 왔던 툰드라 땅으로 되돌아가고 나면 그 영혼은 다시 셀 수 없이 많은 길들을 따라 돌고 돌게 되어 있다. 어떤 영혼은 사람으로 다시 한번 태어나고 어떤 영혼은 동물로 태어난다. 모든 영혼은 어떤 종류의 동물로도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은 끝이 없는 길을 간다. -<생명은 끝이 없는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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