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 어떤 이가 집을 짓기로 마음먹습니다. 단단한 반석에 닿을 때까지 땅을 파고서 그 위에 기초를 놓습니다. 커다란 돌을 모아서 일정한 크기와 모양으로 다듬고 그것들을 쌓아 벽을  세웁니다. 숲에 들어가서 나무를 잘라다가 서까래를 만들어 지붕을 덮습니다. 이윽고 모든 작업이 완료됩니다. 그는 한 걸음 물러서서 자기가 이루어낸 바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립니다. ‘그 무엇도 이렇게 단단한 건물을 무너뜨리진 못할 거야. 이 집은 만년불패다!’ 확실히 그는 손재주가 대단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영적으로는 재주가 메주인 사람이군요. 비록 그 집이 만년불패로 오래 서 있다 한들, 그게 그와 무슨 상관입니까? 며칠 만에 질병으로 쓰러지거나 사고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혹 천수를 누린다 한들, 천수를 누리고 나서 마지막 숨을 거둘 때 그 집에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차라리 흙과 나무로 조촐한 움집을 장만하고 남은 시간을 자기 영혼을 구하는 일에 전념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자기는 물질 소유에 아무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허름한 오두막에서 거친 음식을 먹으며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또한 그들은 세속 권력에도 관심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은 마음도 조금도 없고, 비천한 일터에서 그저 그런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아직 떨쳐버리지 못한 세속의 욕망이 하나 있습니다. 덕망 있는 사람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싶은 마음이지요. 그들은 일반 사람들과 성품이 다른 사람으로 대접받기를 바랍니다. 온유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고 자기를 부인하는 사람으로 존경받기를 바라는 거예요. 사람들에게 본인의 성품을 보여주려고 무슨 행동을 따로 하지는 않더라도, 누가 자기를 우러러보고 있는 줄 알면 기분이 좋아지지요. 그래서 누가 자기를 오해하여 헐뜯거나 비난하면 맹렬하게 화를 내는 겁니다. 그들은 부자들이 자기 재물을 지키는 것과 똑같이 사납게 자신의 명망을 지킵니다. 명망을 포기하는 것에 견주어 재물이나 권력을 포기하는 것은 차라리 쉬운 일이지요. 터무니없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신앙의 깊이와 높이를 재어보는 마지막 시험이라 하겠습니다.
-<단순하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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