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헨리 데이비드 소로

우리 삶이 보다 더 자연에 순응한다면 아마 자연의 더위나 추위에 맞서 우리를 보호할 필요가 없을 테고, 식물이나 네발짐승들이 항상 그런 것처럼 자연이 우리의 한결같은 유모이자 친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몸이 자극적이고 열이 나게 하는 음식이 아니라 순수하고 담백한 것들을 먹는다면 잎이 없는 나뭇가지가 필요로 하는 목초지 정도만 있어도 추위를 견딜 수 있을 것이고, 겨울마저도 성장하기에 알맞다고 여기는 나무들처럼 잘 자랄 것이다.
자연의 경이로운 순수함이 이 계절의 가장 즐거운 일이다. 썩은 그루터기와 이끼 낀 돌과 난간, 가을의 죽은 잎들이 모두 다 깨끗한 눈 냅킨으로 가려져있다. 텅 빈 들판과 딸랑거리는 나무들 속에 어떤 매력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지 보라. 가장 춥고 황량한 곳에도 가장 따뜻한 사랑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차가워서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모든 독을 몰아내니 내부에 미덕을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은 바람을 견딜 수 없다. 우리는 춥고 황량한 곳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산 정상처럼 일종의 불굴의 순수, 청교도적인 강인함을 지니고 있어서 존중한다. 주변의 다른 것들은 다 거처를 찾아 들어간 것 같으니, 밖에 나와 있는 것들은 우주 근본 체제의 일부분이자 하느님과 같은 용기를 지니고 있음이 틀림없다. (…)
자연에는 결코 꺼지지 않으며 어떤 추위도 식힐 수 없는 지하의 불이 잠자고 있다. 1월이냐 7월이냐에 따라 좀더 두꺼운 혹은 좀더 얇은 껍질 아래 묻혀 있긴 해도, 그것이 결국 큰 눈을 녹인다. 그 불은 가장 추운 날에 어디론가 흘러가고 그러면 모든 나무 주변의 눈이 녹는다. 가늘 늦게 싹을 틔우고 이제 눈을 빠르게 녹이고 있는 이 겨울 호밀밭은 그 불이 아주 얇게 가려진 곳이다. 그 불에 우리 몸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겨울에는 온기가 모든 미덕을 대변하기에, 우리는 드러난 돌들이 태양 아래서 반짝이고 물이 졸졸 흐르는 개천과 숲 속에서의 따스한 봄날을 토끼와 울새처럼 간절하게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거기에 기댄다. (…) 온기는 여름처럼 땅에서 복사되는 게 아니라 태양으로부터 직접 내려온다. 어느 눈 덮인 계곡을 지나다가 등에 햇살이 느껴지면 우리는 특별한 친절을 받은 것처럼 고마워하고 그런 외진 곳까지 우리를 따라온 태양을 축복한다.
-<소로의 자연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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