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슬라보예 지젝

보편성은 곧 ‘타인’의 보편성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이웃만 섬뜩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소름끼치는 존재라는, 알 수 없는 정체성의 심연과 직면한 개인들만이 이 보편성을 지닌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인을 대하면 헤겔의 간결한 지혜를 기억해야 한다. “고대 이집트인의 비밀은 이집트인 자신에게도 비밀이다.” 바로 그래서 이웃과 만날 때면 공감하거나 이해하려 시도하지 말고, 마음에도 없는 존중을 가장하는 대신, 너희나 우리나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구나 하며 낄낄대고 웃어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통찰에서 우리는 이웃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도 살펴야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난한 사람을 ‘이해’하고 가난하게 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그 감정을 흉내내려는 부자에게 너는 누구냐고 물어야 한다. –<새로운 계급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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