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 데이비드 그레이버

공동의 합의를 이루고 유지하는 것을 몹시 강조하는 평등주의 사회에서 이런 경향은 흔히 동일하게 정교한 일종의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으로 괴물과 마녀, 온갖 무서운 것들이 살고 있는 어둠의 세계를 촉발한다. 가장 평화로운 사회야말로 그 상상으로 구축된 우주 안에서는 항시적 전쟁이라는 끈질긴 유령이 가장 많이 출몰하는 사회인 것이다. 이 사회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세계는 말 그대로 전쟁터로, 합의를 구하려는 끝없는 노력이 계속되는 내부 폭력을 감추고 있는 것과 같다. 아니 실은 이 노력 자체가 내부 폭력을 측정하고 억제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바로 이런 과정이,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나는 뒤엉킨 도덕적 모순이 사회적 창의성의 가장 주요한 원천이 된다. 그러나 최종 정치 현실이 되는 것은 이 상충하는 원리와 모순된 충동 자체가 아니라 이것들을 중재하는 조정 과정이다. -<아나키스트 인류학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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