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0] 율곡 이이

후세에 비록 잠정적인 평화를 이룬 임금이라도 사람을 쓰지 않고 혼자서 다스린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임금이 선왕의 성스러움에 미치지 못하고 신하가  옛날의 현명한 사람만 못했기 때문에 공적이 비루한 것을 면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만약 이와 반대로 하는 사람은 이미 자기를 수양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또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어두워 텅 빈 이름만 취하기도 하고 순종하는 것을 기뻐하기도 하여 좋아하더라도 끝까지 좋아하지 못하고 정치를 맡기더라도 의심을 면하지 못합니다. 의견과 이론이 시대에 어그러지더라도 오히려 벼슬과 녹으로 얽어매고, 비위만 맞추어 임금을 잘못되게 해도 오히려 충성스럽고 선량하다고 인정하여 나랏일이 날로 잘못되어도 위아래가 아무도 근심을 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징계하는 사람이 있으면 또한 대부분 의심을 하고 꺼려 자기 혼자서 처리하고 남에게 맡기지 않으며, 널리 똑똑하게 보고 듣지를 못하고, 자질구레한 일을 맡은 사람까지도 자기 직분을 다하지 못하여, 온 세상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온갖 임무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망하는 결과를 낳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임금이 깊이 경계해야 합니다.  -<성학집요(聖學輯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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