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올리버 색스

여든 살이 되면 쇠퇴의 징후가 너무나 뚜렷이 드러난다. 반응이 살짝 느려지고, 이름들이 자주 가물가물하고,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자주 에너지와 생명력이 넘치는 것 같고 ‘늙었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어쩌면, 운이 좋다면, 몇 년 더 그럭저럭 건강을 유지하면서 프로이트가 삶에서 제일 중요한 두 가지라고 말했던 사랑과 일을 계속해 나갈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갈 때가 되면, 프랜시스 크릭이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순간까지도 일하다가 갔으면 좋겠다. 크릭은 대장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처음에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냥 일 분쯤 먼 곳을 바라보다가 곧장 전에 몰두하던 생각으로 돌아갔다. 몇 주 뒤에 사람들이 그에게 진단이 어떻게 나왔느냐고 물으면서 들볶자 크릭은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지”라고 말할 뿐이었다.  -<고맙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