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8] 폴 발레리

나의 고독, 그것은 그저 진즉부터 오랫동안 깊이 보아온 벗이 없다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에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결여의 상태에 지나지 않겠으나, 그러한 고독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반목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생생한 저항이나 먹잇감이, 타자가, 즉 적수이자 세계에 개개로 남아 있는 자, 나의 장애이자 어둠, 또 다른 나, 억누를 수 없는 필적할 만한 지성이, 가장 좋은 친구인 적이, 신성하고 숙명적인 내밀한 적대가 없어서는 안 된다.
왜 신성한가? 신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신이 그대들에게 배어들고 침투하며, 가없이 다스리고, 가없이 간파한다. 감지할 수는 없지만 존재하고자, 분리되고자 애쓰는 피조물이 자시을 무찌르는 것이 그의 기쁨이니. 피조물을 집어삼키고, 또다시 태어나게끔 한다. 공통의 기쁨이다, 하나의 확장이다.
혹여 우리 알았더라면, 우리 말하지 않았으리라. 우리 생각지 않았으리라, 우리 서로 말하지 않았으리라.
앎이란 존재 자체에게 외계와도 같다. 존재는 자신에게 무지하여, 스스로를 심문하고, 스스로 답하게 만든다.
-<테스트 씨>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