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우에노 지즈코

가부장제란 자신의 다리 사이로 낳은 아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멸시하도록 기르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그러나 여성을 멸시하는 것은 가능해도 어머니를 멸시하는 것은 남성에게 있어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자신의 ‘근본’을 더럽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많은 언어권에서 남성에 대한 모욕적 표현으로 ‘창녀의 아들’, ‘사생아’와 같이 그의 어머니를 욕되게 하는 언어가 사용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 이처럼 어머니를 향한 최대의 모욕이 ‘창녀’나 ‘미혼모’ 같이 호모소셜한 남성 공동체, 즉 가부장제 속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여성을 가리키는 용어라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가부장제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여성과 아이의 소속을 정하는 룰을 가리킨다. 남성에게 소속되는, 즉 남성의 지배와 통제에 따르는 여성과 아이에게는 사회 내에 ‘지정석’이 부여되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이 낳은 아이는 사회에 등록되지 않는다. 등록된 결혼을 통해 태어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사이에는 오늘날에도 민법상의 차별이 존재한다. 그 태어나는 방식이 어떠하든 간에 아이는 아이다. 기묘하게도 작금의 저출산 대책을 보고 있자면 결혼의 장려와 기혼 여성의 출산 장려는 있어도 혼외 아이의 출산 장려 같은 정책 캠페인은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아이가 태어나는 것 자체보다 가부장제를 지키는 것이 아직 더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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