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 베르톨트 브레히트

확고불변한 진리를 부정하면서 / 오 멋져라, 머리를 옆으로 흔드는 것은! / 구할 길 없어 포기한 환자에 대하여 / 오 과감해라, 의사의 치료는!
모든 의심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은 그러나 / 겁많고 허약한 사람들이 머리를 쳐들고 일어나 / 그들을 억압하는 자들의 강력한 힘을 이제는 더 /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
절대로 의심할 줄 모르는 생각없는 사람들도 있다. / 그런 사람들의 소화능력은 놀라웁고, 그들의 판단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른다. / 그들은 사실을 믿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믿는다. 필요한 경우에는 / 사실이 그들을 믿어야만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그들의 참을성은 / 한계가 없다. 논쟁을 할 때 / 그들은 첩자의 귀로 듣는다.
절대로 의심할 줄 모르는 생각없는 사람들을 / 절대로 행동할 줄 모르는 생각 깊은 사람들이 만난다. / 이 생각 깊은 사람들은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 결단을 피하기 위해서 의심한다.  그들은 자기의 머리를 / 오직 옆으로 흔드는 데만 사용한다.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 그들은 침몰하는 배의 승객들에게 물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 살인자가 치켜든 도끼 아래서 / 그들은 살인자 역시 인간이 아닐까 자문한다. / 이 일은 아직도 충분히 연구 검토되지 않았다고 / 중얼거리면서 그들은 잠자리에 들어간다. / 그들의 활동은 우유부단을 본질로 한다. / 그들이 애용하는 말은, 아직 결단을 내릴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당신들이 의심을 찬양하더라도, / 절망적인 것을 의심하는 것은 / 찬양하지 말아라! /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 의심할 수 있는 능력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 너무 빈약한 근거에 만족하는 사람은 / 잘못 행동할지도 모른다. / 그러나 너무 많은 근거를 요구하는 사람은 /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위협 속에 머물게 마련이다.
– ‘의심을 찬양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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