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5] 미셸 드 몽테뉴

내가 아는 한도에서 말하면, 의약의 권한 아래 있는 자들보다 더 일찍 병들고 더 늦게 낫는 인간 종족들을 본 일이 없다. 그들의 건강은 장수의 강제 때문에 변질되고 타락한다. 의사들은 질병을 지배하는 것으로 만족치 않고, 사람들이 어느 계절에도 그들의 권위를 잊을 수 없게 하기 위해 건강한 자를 병들게 만들어 놓는다. (…) 나는 병들었을 때도, 건강했을 적에 필요한 것밖에는 다른 편의가 필요치 않았다. 나는 의사가 없다고, 약제사가 없다고, 거들어주는 자가 없다고 허겁지겁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병보다도 의사들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본다. (…) 병을 다루려면 살아가는 형태를 따라서 슬그머니 그 기세를 죽이며 끝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약과 병을 상대로 맹렬히 드잡이질하는 통에 늘 우리는 녹초가 된다. 왜냐하면 싸움은 우리 속에서 난장판을 이루고, 약은 믿을 수 없는 구원군이며, 그 성질부터 우리 건강을 해치는 적이고, 어떤 소란이 있을 때 외에는 우리 체질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그대로 좀 되어 가게 놓아 두자. 벼룩과 두더지를 보살펴주는 자연의 질서는 벼룩이나 두더지같이 자연이 자기들을 지배하는 대로 두는 참을성을 가진 인간들도 보살펴준다. 그것은 숭고하고 무자비한 질서다. (…) 자연의 의무는 건강뿐 아니라 병에도 제 길을 가게 하는 것이다. 그는 한쪽에 정이 쏠려 마음을 타락시키고 다른쪽의 권익을 해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는 질서가 무질서에 빠진다. 순종하자, 맹세코! 순종하자! 대자연은 순종하는 자들을 인도한다.  -<수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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