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M

[절탁M] 03. 14. 수업 후기 및 03. 21. 공지

작성자
박규창
작성일
2017-03-16 21:24
조회
435
안녕하세요~ 이번시간에는 ‘노모스와 퓌지스의 대립’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공통과제를 써오기로 했습니다. 저는 노모스와 퓌지스가 어떻게 대립되는지 전혀 감을 못 잡아서 정리하는 데 그쳤지만, 다른 분들은 나름대로 정리를 해오셨더군요. 덕분에 읽으면서 약간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4권을 보면, 뮈틸레네인들을 처리하는 문제에서 모조리 도륙하자는 클레온의 주장과 주동자들만 처리하자는 디오도토스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을 잘 살펴보면, 그것은 곧 노모스와 퓌지스의 대립임을 알 수 있습니다. 둘의 주장을 정리하자면, 클레온은 자신들을 배신한 뮈틸레네인들 모두를 법으로 엄격하게 응징해서 다른 국가들을 긴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디오도토스는 실수는 아무리 준비해도 일어나듯이, 인간의 본성은 어떻게 해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엄격한 법집행은 우리에게 전혀 이익이 안 된다는 것이 디오도토스의 주장이었습니다. 이것을 노모스(관습)와 퓌지스(본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클레온의 주장은 인간의 본성을 법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진행됐고, 디오도토스의 주장은 아무리 강력한 법이라도 인간의 본성에는 제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전제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살짝 헤매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노모스가 관습에 따르는 것이라고 해서 그것을 이성으로, 퓌지스가 인간 본성을 따르기 때문에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나아가 클레온의 주장은 동맹국들이 반란을 일으킬 상황에 대해 두려움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그를 본성에 따르는 퓌지스적인 인물로 볼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투퀴디데스가 주목하는 시선은 그 시대가 인간의 이성이 무너진 시대라기보다는 더 이상 이전의 관습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감정에 이끌려서 퓌지스라거나 상황을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판단해서 노모스가 아니라 그들의 성향이 아니라 주장이 무엇을 근거로 전개되는지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노모스를 이성으로 본다거나 클레온을 퓌지스적인 인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시 돌아오면, 투퀴디데스가 주목한 그 시대의 특징은 이전부터 내려온 관습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는 것입니다. 디오도토스의 주장 역시 이런 시대의 조건을 인식한 결과로 나옵니다. 디오도토스는 인간의 본성은 제어할 수 없으니 감정에 호소하자가 아니라 이런 인간의 본성을 이해한 뒤에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4권 중 82장의 2절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이런 내란은 헬라스의 도시들에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었는데, 이런 고통은 사람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잔혹함에서의 정도의 차이가 있고, 주어진 여건에 따라 양상이 달라져도 되풀이되고 있으며 언제나 되풀이될 것이다.” - 286쪽

아마도 투퀴디데스는 디오도토스의 주장처럼 인간의 본성은 주어진 여건에 따라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디오도토스는 시대적 조류를 읽은 인물이고, 클레온은 단순히 힘의 논리에 눈이 먼 사람일까요? 단순히 그렇게만 치부하기에는 클레온은 당시에 민중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게 걸립니다. 어쩌면 클레온은 대중의 마음을 읽어서 그들이 원하는 바를 따르거나 때로는 대중의 마음에 부합하는 의견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케르퀴라 내전에 관해서 얘기했습니다. 저는 이 내전이 어떤 점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는지 궁금했는데, 그에 대해서 내전이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 온갖 모습으로 죽음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기도 했고, 신전에서 끌려나와 신전 옆에서 살해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디오뉘소스 신전에 감금되어 그 안에서 죽는 자들도 더러 있었다.” - 286쪽

케르퀴라 내전은 이익을 제외하고는 어떤 명분도 없는 살육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케르퀴라 내전은 노모스가 지배하던 이전 시대와 구별되는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케르퀴라 내전으로부터 귀족정이나 민주정 같은 정치형태와는 관계없이 모든 인간이 권력을 탐하는 시대가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채운쌤 강의로 넘어와서, 채운쌤은 투퀴디데스가 어떤 생각을 하며 전쟁사를 기록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뭘까? 사람들 사이에서 사건은 끊이지 않고 일어나며 그때 그 사건들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기준에 따라 해결될까?’ 4권에서는 클레온이 아무 준비도 없이 전장에 나섰다가 상상 이상의 전공을 세워 돌아오는데, 재원누나는 이것을 티케(Tyche)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티케'는 운을 뜻하는데, 그렇다면 투퀴디데스는 무슨 생각을 했길래 운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마도 투퀴디데스는 역사를 움직이는 힘으로 인간의 의지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인간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또 다른 힘이 작용하는데 그 중 하나로 '티케'를 얘기한 것 같습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다보면 '우연히 ~하다'와 같은 식의 문장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연히 ~하다'는 '티케'가 동사적으로 사용된 것이라고 합니다. 즉, 여기서 '우연히 ~하다'와 같은 식의 문장에서도 투퀴디데스의 역사관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인 것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역사에 어떻게든 인과를 찾아내려 하고 그 속에서 의미까지 부여합니다. 하지만 투퀴디데스는 ‘티케’를 도입함으로써 이런 사고방식을 거부하는데, 동양에서는 ‘티케’를 귀신(鬼神)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이때 ‘귀신’은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지각하지 못하는 영역을 말합니다. 유가든 도가든 공통적으로 이런 영역이 있음을 알고 그것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동·서양 가릴 것 없이 그 시대에 비슷하게 흐르던 가치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펠로폰네소스가 일어난 시기와 비슷하게, 주나라 황실에 대한 예(노모스)가 있다가 점점 그 질서가 무너지면서 춘추전국시대로 들어서게 됩니다. 하지만 동양과 서양 각각이 전쟁사를 그려내는 점에서는 크게 다른데, 대표적으로 삼국지를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삼국지에서는 주로 전쟁 전에 군대를 어떻게 준비하는 지에서 이미 승패가 나뉩니다. 관건은 세(勢)를 읽는 것인데, 반면에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보면, 승패는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들어맞습니다. 클레온이 전장에 나서면서, 오만한 인물들은 이렇게 최후를 맞이하는구나 싶다가도 금방 금의환향합니다. 이런 차이를 따라가는 것도 확실히 재밌을 것 같습니다.

채운쌤은 투퀴디데스의 논점을 가지고 그 시대를 따라가다 보면, 분명 지금시대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금 탄핵을 가능케한 것으로 촛불의 힘, 시민의식을 말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투퀴디데스는 스스로 어떤 점이 잘나서 무엇을 이룩할 수 있었다와 같은 이야기들은 없습니다. 투퀴디데스는 페르시아를 이긴 헬라스인들의 승리요인으로 페르시아의 자만을 꼽습니다. 그러니까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점에서 뛰어났기 때문에 전쟁에서 이겼다기보다는 적이 실수를 해서 이겼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오뒷세이아』와 같은 영웅들의 시대로부터 이어져왔다고 합니다. 그때에도 오만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덕이었는데, 왜냐하면 죽은 뒤에 사람들에게 알려질 자신의 평판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퀴디데스가 살았던 시대는 더 이상 이런 관습이 먹히지 않는 시대입니다. 여기서 투퀴디데스의 사고는 출발합니다. 투퀴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나게 된 원인으로 인간에게 내재된 두려움, 강자에 대한 질투를 얘기하는데,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투퀴디데스는 이런 본성을 가진 인간이 어떻게 살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거기에 답하는 것은 각자가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인과를 통해 바라보는 근대적 역사관에서는 벗어나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저번에 다 읽지 않은 나머지 『일과 날』을 낭송하고 토론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한 번 『신들의 계보』를 읽은 뒤로부터는 낭송하는 데 여유가 생겼습니다. 덕분에 논어 암송할 때도 그다지 숨이 막 차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읽다가 정신이 흐려지는 건 여전하더군요. 흠흠

어쨌든 토론 내용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면, 『일과 날』이 보여주는 것은 농경사회의 도래와 문명을 인식, 인간사의 고통의 출현이라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달해준 것은 인간이 문명을 발명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때를 기점으로 인간의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동시에 그로부터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헤시오도스는 주로 페르세스의 어리석음을 꼬집으며 노래를 부르는데, 이때 헤시오도스가 그의 동생인 페르세스와 재산 문제로 다툼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헤시오도스는 이런 재산 다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근본적 원인, 풍요로운 생활에서 동시에 인간의 번뇌도 시작했다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신들의 계보』에서 신들의 사건으로 만들어진 우주와 질서를 얘기하다가 갑자기 『일과 날』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너무 비약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신들의 계보』는 인간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이전에 『일과 날』에서 보여주는 인간들의 삶을 만든 신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저 위의 우주의 탄생으로부터 차근차근 인간의 삶으로 포커스가 맞춰진다는 점에서 『신들의 계보』는 하나의 프리퀄인 셈입니다.

『일과 날』을 보면, 일을 하는 인간들의 나날을 보여줍니다. 도중에 데메테르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데메테르는 땅 전체를 가리키지 않고 곡식이 자랄 수 있는 경작용 땅을 말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보면, 헤시오도스의 시대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뚜렷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호메로스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우스의 변덕에 따라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던지는 용맹, 명예와 같은 것들인데, 『일과 날』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땀 흘려 일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일을 한다는 것은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사는 삶입니다. 호메로스의 시대가 제우스의 번개로 상징되는 자연의 변덕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던지는 게 덕이었듯이, 헤시오도스의 시대는 그런 자연의 변덕을 이해하면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고통도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저는 자연의 리듬에 따라 살라는 얘기에서 양생을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때 양생은 개인의 신체를 어떻게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인을 어떻게 부리고 재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한다와 같은 얘기들이 같이 나오기 때문에 공동체에 대한 문제도 같이 얽혀있는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판도라의 상자에서 결국 남은 희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는 희망이 남아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희망은 구체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암담한 해석도 있었습니다. 기타 등등 얘기들이 있었지만 그건 에세이에서 각자가 다듬어서 써주시길 ㅎㅎ

다음 주부터는 보조 텍스트를 참고해서 서사시를 다시 보기로 했습니다. 베르낭이 쓴 그리스인들의 신화와 사유의 1장의 1과 2를 읽어오시면 되는데, 1의 발제는 재원누나고 2의 발제는 윤순쌤입니다. 그리고 투퀴디데스는 4권에서 운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주목하시고, 5권에서 아테나이인들과 멜로스인들의 대담에 주목하되 ‘정의’를 중심으로 써오시면 됩니다. 가능하면 헤시오도스와 연결하면 더 좋습니다~ 발제는 혜원누나, 간식도 혜원누나입니다~ 공통과제는 앞으로 에세이에 쓸 글감을 써오시면 되는데, 주제는 최대한 빨리 공지해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자가 어떤 텍스트로 에세이를 써야 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투퀴디데스 : 규창, 락쿤, 혜원

헤시오도스 : 정옥, 윤순, 재원
전체 3

  • 2017-03-16 21:39
    호 이렇게 보니까 정리도 되고, 담 시간에 뭘 더 이야기해야 할지도 알겠네. 여러분 다음 시간 글쓰기는 에세이 주제에 맞게 글감 정리하는 거, 아시죠? 주제는 내일 중으로 정리해 올려드릴게요.

  • 2017-03-17 13:50
    역사를 굴러가게 하는 운의 힘! 저는 동양에서 세를 읽는다는 건 이런 알 수 없는 것까지도 다 포함하는 것인지 궁금하더라구요 ㅎㅎ

  • 2017-03-17 21:16
    절탁M 에세이 주제
    1) 역사 : 투퀴디데스의 <역사>로부터 '역사에 대한 관점' 하나를 도출해서 쓰기.(좀더 풀어 설명하자면, 우리가 그의 역사로부터 '역사'에 대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즉, 그가 역사를 기술하는 관점을 통해 우리 자신의 역사관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단, <역사>에 기술된 구체적 사건과 기술을 근거로 논하셔야 합니다.
    2) 신화 :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인간의 질서와 신의 질서는 어떻게 연관되는 것일까? 다시 말해, 고대인들은 어떤 '삶의 관점'으로부터 신들의 질서를 필요로 한 것일까? -> 마찬가지로, 헤시오도스의 텍스트 분석을 바탕으로 기술하셔야 합니다.
    * 위의 주제에 맞게 제목은 따로 붙이셔야 합니다. 다음주 화요일까지 주제를 잡으시고, 주제와 연관된 내용을 노트로 작성해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