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M

4월25일 수업후기

작성자
윤순
작성일
2017-04-27 10:42
조회
319
지난주의 지옥편에 이어 이번 주는 단테의 연옥편에 대한 토론을 했다. 아직도 난 신곡에 깊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내가 가진 기독교에 대한 선입견이 제일 크고 단테의 광범위한 지식이 담겨진 책을 감당하기에는 나의 배경지식 부족한 것 같아 고민을 해본다. 여하튼 나의 경우는 읽기가 영 힘들어서 토론 시간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신곡의 연옥편이 나오기 1세기 정도부터 연옥이라는 언급이 이곳저곳에서 보이지만 단테가 신곡의 연옥편에서 보여 주는 구체적인 연옥은 단테 이후로 사람들의 연옥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켰다. 사후세계가 천국과 지옥만 있는 것에서 연옥의 탄생이라는 의미는 그 당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고, 단테가 연옥편에서 보여주는 죽은 사람들과 산 사람들의 연결됨이 연옥편에서 볼 수 있다. 산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열심히 하면 연옥에서 천국으로 갈 수 있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옥과는 달리 시간이 흐르고 있고 대기가 있어 별과 태양을 볼 수 있는 연옥은 마치 현세 같기도 하다.

나와 같이 종교적인 강요로 받아들이면 좀처럼 단테의 신곡으로 들어갈 수가 없는데 종교와 사회가 긴밀했던 시대이기에 당연히 종교가 문학에 깊이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잘 읽어 보면 종교에서 벗어난 부분들도 많이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로마의 시인인 베르길리우스가 지옥부터 연옥까지의 안내자를 맡은 것이라든지 연옥의 문 앞을 지키고 있는 카토 역시 기독교인이 아닌 로마인이었다. 이와 같은 중요한 자리에 로마의 문인들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단테에게 종교와 함께 또 다른 부분을 전달하고 싶다는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단테가 지옥부터 연옥을 거쳐 천국까지의 순례를 하면서 천국에 머물지 않고 다시 현세로 돌아와서 글을 쓴다는 구조는 천국이라는 이상향을 향해 가는 것만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기 보다는 그 순환을 통해 전하고 싶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의미는 여러 가지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단테 연구자들은 종교적 입장 보다는 윤리적 정치적 인간적인 면에서와 같이 다양한 면에서 신곡을 해석한다. 예를 들면 기존 구조를 깨는 계급(부르주아)의 발전과 함께 종교적 구조도 변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혼란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던 단테가 로마제국을 이상향으로 하는 메시지를 로마 건국신화를 쓴 베르길리우스를 안내자로 넣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를 함께 이야기 했다.

단테의 연옥편에서는 사랑, 자유의지, 구원과 같은 말과 불의 이미지가 많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연옥은 지은 죄를 정화하는 곳이고, 연옥에 가는 사람들은 신앙을 바탕으로 한 이성의 기준으로 자유의지로 사랑을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올바른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릇된 사랑, 게으른 사랑, 무절제한 사랑을 선택한 사람들을 교정하는 곳이 바로 연옥이라는 것이다. 이들 연옥의 사람들은 정화가 다 끝났을 때 천국으로 갈 수 있다. 이런 신앙의 바탕이 되는 기준인 연옥 문 앞을 로마의 시민인 카토가 지키도록 배치시킨 단테의 의도는 무엇인가 궁금했다.

또 한 가지는 베아트리체가 연옥의 끝에서 직접 여신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윤몽샘은 단테의 현세의 연인이었던 베아트리체가 마치 신과 같은 위치로 사후에 등장하는 것이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질문을 던졌는데 그 자리에 왜 베아트리체를 단테가 넣었는지는 천국까지의 신곡을 읽어보고 다시 토론해 볼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단테가 지옥과 연옥의 단계를 나누고 죄와 벌을 배치할 때 마치 사적 판단을 가지고 자신의 호불호 순으로 그냥 배치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사회적 판단(집단의식)이 들어가 있다는데 그것도 한번 고려하면서 읽어 나가야 하겠다. 신곡은 나에게 한 주에 한 권씩 읽고 이해하기에는 벅찬 책이어서 버겁기는 하다. 좀 천천히 한 줄 한 줄 읽어야 하는 책인 것 같기도 하다.

 

신곡을 읽다 보니 중세의 사회상을 모르고는 이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빨리 중세를 대충이라도 알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봉건 사회>를 읽다보니 단테의 신곡보다도 중세를 알기위해 해야 할 공부가 더 걸릴 것 같기는 하지만 조금씩 알아가는 것으로 이번 학기를 보내야겠다.

마르크 블로크의 봉건사회는 피렌의 비교학의 영향을 받아 입체적으로 한 사회를 그려낸다. 그리고 사회 구조를 다룰 때 지리적인 면을 중요시 한다. 그래서 제일 먼저 봉건 사회 1부는 그 시대의 환경을 이야기 한다.

중세는 길게는 3,4세기부터 14세기까지 우리가 흔히 중세 천년이라고 하는 기간이다. 하지만 블로크는 9세기 중엽부터 12세기 초의 몇 십 년까지에 걸치는 시기로 한정하고, 지리적인 틀에서는 서부와 중부 유럽으로 한정해서 다룬다. 왜냐하면 봉토를 둘러싼 일련의 생활양식을 다루고 구조를 살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봉건제의 양식이 무엇인가를 중점적으로 봐야하는데 핵심은 인간관계와 생산양식을 통해 봉건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일단 중세를 나누는 구획이 무엇인가, 유럽은 어디인가, 이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부터가 논란의 여지가 많다. 흔히들 중세천년이 암흑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개념이다. 고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중간을 연결한 의미로 중세가 된다.

이와는 다르게 블로크는 중세는 유럽이 만들어지면서 끊임없이 섞이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유럽은 정착민이 주가 아니었다는 것이고 유목민이 어떤 과정으로 정착을 하게 되었는가가 중요하다. 후에 이를 통해 형성된 봉건제를 기준으로 안정되어져 외부로 침략을 하게 된다. 중세는 유럽이 섞이면서 기틀을 다지고 그 기틀로 패권주의로 갈 수 있었던 과정이었고, 이 섞임은 외부에서 침입하고 그들이 또한 대규모로 정착을 하면서 토착민과 영향을 주고받았던 과정이다. 따라서 블로크는 이런 과정에서의 정치, 생활양식, 망탈리테를 간과하고 하나의 특징으로 환원해서 암흑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종교, 심성, 전염병, 외부적 이야기와의 뒤섞임이 한 사회를 구성한 것인데 고대와 르네상스시대와 비교하여 이 두 시대를 단지 연결하고 좀 낙후된 긴 시기의 의미로서의 중세를 단정 지어버리는 것은 불합리하다. 또한 종교적인 것이 사회를 이끈 시기였지만 경제적으로 맞물려 있는 부분을 연계시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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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27 18:27
    중세시대는 공부할 것이 수두룩빽빽, 그야말로 보물창고 같은 곳인 것 같아요. 방학 기간동안 모두 좀더 공부해보면 어떨까 싶은데.. ^^ 담주 방학 후 5월 9일에는 1교시에 <텍스트의 포도밭> 함께 읽습니다. 읽으실 범위는 <셋, 수사의 읽기>까지. 재미나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신곡- 천국>편을 읽으신 뒤에는 해당주제에 대해 글을 쓰셔야 할 텐데, 그건 내일 중으로 공지합지요. 모두 금쪽처럼 귀한 방학 잘 보내시길.

  • 2017-04-29 01:08
    신곡을 읽을 때마다 단테가 대체 어떤 시대를 살았는지 모르니까 어쩐지 반만 읽은 것 같고 답답할 때가 있어요. 이렇게 홀리한 텍스트를 썼는데 각주에는 전쟁이며 정치 싸움이며 암살 같은 말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ㅇ0ㅇ 과연 그런 시대의 집단의식이란 무엇이었는지는 신곡을 읽으면서 알 수 있는 것일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