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M

5.30 절차탁마 M 후기(봉건사회)

작성자
혜원
작성일
2017-06-05 13:31
조회
277
170531 절차탁마 M 후기

 

이번 시간에는 <봉건사회>를 읽고 각각 입으로 단락을 요약하는 입발제(!)를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책을 읽은 대로 설명을 하는데 생각만큼 되지 않더라구요ㅠㅠ <봉건사회> 1권을 거의 다 읽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 나온 부분은 혈족의 연대부터 시작되어 우리가 알고 있는 군주-가신으로 이루어진 봉건 ‘제도’의 성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그 사회를 판단합니다. 그 사회가 어떠한지 생산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유럽의 봉건사회는 근대 사회제도로 오기까지의 밑단계, 혹은 전초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봉건이 곧 전근대라는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하지만 <봉건사회>를 읽고 있으면 서양의 봉건제도라는 것은 가신과 영주가 이미 있어서 그 다음에 계약관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의 인간관계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그들의 군사적 문제, 그들이 사용하는 말들이 어디에서 유입되었는지 그 전반적인 배치를 하나하나 따져본 다음, 우리는 가신-영주의 봉건제도가 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봉건제를 이해하는 입체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블로크는 봉건제도를 혈족의 연대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봉건사회에서 혈족이란 곧 ‘벗’이라고 칭해졌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혈통을 중심으로 하는 가문과는 다릅니다. 가문이란 부모에서 자식으로 이어지는 종적관계를 생각하기 쉬운데, ‘우정’이라고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관계맺을 때 발생하는 횡적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벗’으로 여겨지는 혈족이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인륜이나 천륜이 아니라 상당히 느슨한 결속력으로 이루어진 집단입니다.

벗들은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집단입니다. 물리적, 정신적으로 무엇인가를 공유하고 있는 집단이 봉건사회에 출현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블로크는 “섬김을 가장 잘 받는 영웅이란 자기의 모든 전사들이 가신제라는 새로운 그리고 진정으로 봉건적인 성격을 가진 관계에 의해 그에게 결합되어 있거나, 아니면 친족이라는 고래의 관계에 의해 그와 결부되어 있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라고 말합니다. 즉 이 시대에는 영웅, 개인은 모두 집단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것이 느슨한 혈족, 하지만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는 봉건사회 개인의 문제입니다. 개인성 자체가 인간들의 관계 속에 있으니까요. 이들은 집단으로 존재하면서 재산의 처분도, 그리고 서로에 대한 복수도 함께 공유하며 그 집단성을 유지합니다. 이것이 봉건시대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베이스였던 것.

이런 사회 안에서 공권력이란 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적복수를 규탄하는 것은 그 당시 매우 “진보적인” 법률인이나 예외적으로 주장하는 것이었죠. 근친복수는 매우 정당하며 도덕적인 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이 당시 가족이라는 것은 우리가 현재 생각하는 가족과 매우 다른 관계입니다. 지금 우리는 결혼이 가족을 이루는 시작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봉건사회에 가족의 중심을 ‘결혼’에 두면 핵심적인 것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블로크는 말합니다. 왜냐하면 결혼은 이해관계의 결합이며, 여자는 자신을 보호할 남편과 헤어지면 곧 다른 집단의 보호를 받기 위해 떠나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현재 가족들의 정서간 유대라는 것이 이당시 봉건사회에 성립할 수도 없을뿐더러 성립하더라도 그것은 재산과 명예를 공유하는 형제간의 것이었지 부부간에는 있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나의 성姓으로 묶여 가족을 이루게 되는 것도 상당히 최근에 일어난 일로, 봉건사회의 혈족이란 자신이 속한 집단이면서도 정작 따지고 보면 모계를 따라야 할지 부계를 따라야 할지 알 수 없는 이중적인, 그래서 명확하지 않고 느슨하려면 얼마든지 느슨할 수 있는 집단이었습니다. 참고로 가족의 이름을 쓰게 된 것은 훨씬 후대, 행정정부가 정비된 국가가 출현한 다음이었습니다. 국가는 하나의 단위로 명확하게 집단은 규정하고 묶어서 그것을 용이하게 통치하려는 기관이니까요.

여하튼 이런 끈끈한 형제의 우정을 나누는 집단이면서도 얼마든지 느슨해질 수 있으며 그 내부에서 더 많은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더 많은 혈족집단은 생각보다 개인을 보호하는 데 미흡했습니다. 당시 봉건사회는 매우 “배고픈” 시대였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할 때 도적을 만나지 않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험난한 사회였다고 해요. 그런 곳에서 명확하지 않은 집단에 자신을 맡기고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상당히 불안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을 맡길 다른 것을 찾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인간이 자신의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며 얽매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존재라는 것은 편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봉건사회의 사람들은 자신을 타인에 종속시키며 대신 보호를 받길 원했습니다. 그런 의식 속에서 출현하게 된 것이 바로 “신종선서”, 그리고 가신과 군주의 관계입니다. 이것은 ‘자유인 신분’의 ‘보호제’라는 역설적인 이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험난한 사회, 보호받기에는 애매한 정체성의 혈족집단, 먹을 것이 너무 없었던 시대, 자신의 자유와 생존을 위해 타인에게 종속되기를 원하는 의식이라는 배치 위에 봉건제도가 출현한 것입니다.

 

 

다음 시간은 <팡타그뤼엘> 읽고 공통과제 + <봉건사회 1> 끝까지 읽고 맡은 부분을 발제 해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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