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글쓰기

<불교와 글쓰기> 6월 7일 5차시 수업후기

작성자
미영
작성일
2021-06-10 03:02
조회
2676
〈불교와 글쓰기〉 6월 7일 2학기 5주차 후기

5차시 명상시간에는 미각과 비심(悲心)을 중심으로 집중되고 고요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어서 5쪽짜리 중간 과정의 에세이를 나누어 읽고, 의견을 나누며 글의 방향성을 잡아갔습니다. 각자가 코멘트 받은 부분은 잘 소화하고 반영을 하시겠지요. 후기는 그때 나왔던 얘기들은 차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공통되는 사안이 많아 중복되는 얘기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니 참조해서 생각해 보십시오.

-문제의식을 삼는 부분은 촘촘하게 전개되었으나 전체적인 느낌이 관념적이고 잘 잡히지 않습니다. 한 페이지 짧은 공통과제라면 핵심만 짚으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겠으나 긴 호흡인 에세이는 좀 더 구체적인 얘기가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불안하고 우울하고 화가 나는 느낌이 어떤 경우에서 일어나는지 구체적 상황을 전개해 가면서 자신이 말하고 싶은 사안을 발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례를 통해 자신이 무엇 때문에 건드려지고 어떤 느낌에 사로잡혔으며 어떤 견해에 묶여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 없이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면 더 이상 이야기가 전개되기 힘듭니다.

-중간 제목들이 너무 크고 추상적입니다. 그리고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지 중심이 없습니다. 먼저 이것을 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꼭 풀고 싶은 주제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발견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이것을 찾기 위한 팁은 바탕화면을 채울 만큼 생각나는 에피소드를 있는 대로 끌어내 써보는 겁니다. 마음속 이야기들을 다 써보는 과정에서 자신의 구질구질하고 못난 모습과 자기가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는 점이 보입니다. 이렇게 계속 쓰고 수십 번 고쳐 쓰기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주제를 찾을 수 있겠지요. 지난 과거사라고, 넋두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떠오른다는 것은 해결되지 못한 앙금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무시하고 그저 아상이라고 퉁치고 넘어가면 자신의 번뇌 한 자리도 해결이 안 됩니다. 자신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마음을 속이고 포장하며 아라한이고 싶은 마음의 깊은 속내가 뭔지 끄집어 내보십시오. 자신의 억울한 감정의 바탕에 뭐가 있는지는 억울함을 느꼈던 상황들을 다 풀어봐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럴듯한 불교의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자기 얘기를 깊고 구체적으로 써보면서 마음을 관찰해 보십시오.

-글 쓰는 스타일이 성격마다 다릅니다. 요점만 간단히 개념중심으로 풀어내는 스타일이 있고 일상의 일들을 자세히 풀어내는 스타일도 있지요. 개념적이고 논리적으로 질서 정연하게 풀어내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대면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필요하겠습니다. 어릴 때 자신감이 충만하고 풍요롭고 만족하는 삶을 만났다면 나중에 병이나 죽음이 큰 고통으로 느껴집니다. 피크였기 때문에 좋지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이 드는 것인지, 좋지 못한 일을 당했기 때문에 그 시절이 피크라고 느끼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이고 저마다의 경험을 통해 풀어내야할 문제이지요. 결국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자기가 걸려 넘어지는 지점이 어디인지 끝까지 파고 대면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문장을 마무리하는 글씨체를 바꿨을 뿐인데 시선이 대상에서 자기로 돌아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가 뚫고 싶은 것을 정해서 쓰지 않으면 글이 산만해집니다. 이정표를 정하고 그 지점을 떠나지 않도록 집중해야 합니다. 공감을 못한다는 말에 걸려 이것을 콤플렉스로 여기지 말고 이 말이 걸린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왜 나는 공감능력이 없는 걸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은 그것을 실체화하는 것입니다, 공감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말에 걸려 넘어졌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통해 나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말의 표면에 붙들리지 말고 그 말을 했던 사람과 장소, 맥락 등을 생각해 봐야합니다. 우리들 각자는 스스로를 굉장히 소중하고 사랑하는 존재라고 여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남의 시선에 의해 나를 확인하려고 하는지 질문해봐야 합니다. ‘나’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정립하는 문제로 다가가야 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마음이 바늘구멍이라고 규정하지 말고 다르게 전환하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어떻다고 단정하고 규정하는 글은 답답합니다. 밖으로 드러난 모습이 훌륭한데 안에서 들끓는 모습만 신경 쓰니 안타깝습니다. 그런 완벽주의와 순결주의에 빠지지 말고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해 보십시오.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우리 자신이니 자기를 분석하지 말고 시선을 다른 관점으로 돌려보십시오. 인간은 많은 약점과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에 대한 바람과 근심과 함께 길을 가는 방랑자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해 보십시오.

-스스로에 대해 중도포기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까. 자신을 회피주의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약속을 중요시하게 된 것입니다. 둘은 서로 동전의 양면입니다. 자신이 약속을 잘 깨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 자신에게 더 좋은 욕망을 따라갔던 것이지요.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온 것입니다. 그런 자신을 회피주의자로 규정지으면 변명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쓴 에피소드에는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확실히 있어야 합니다. 에피소드들 다시 찬찬히 보면서 자신이 어디에 방점을 찍고 말하고 행동했는지를 살펴보면서 글을 전개해 나가십시오.

-자신이 확실히 알지 못하는 말을 쓰지 마십시오. 제목부터 이렇게 전개하면 허세만 드러날 뿐입니다. 우리는 어떤 생각을 집착하긴 하지만 그 본질은 머무를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듯이 생각은 매순간 폭류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회피를 그럴듯하게 포장 하는 것은 자기기만일 뿐입니다. 이 점을 잘 살펴보십시오. 그러면 내가 어디에 집착하는지, 어떤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감추는 지점이 있습니다. 나를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허세의 옷을 벗고 기억나는 장면을 자세하게 풀어보십시오.

-글을 쓰다보면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이것인지,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은 게 맞는지 점검하게 되고, 지금과 연결점을 찾다보면 잘 안되고, 이렇게 쓰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썼던 것을 지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쓴 글을 자꾸 지우면 남는 게 없습니다. 지우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자세히 써야 뚫고 나갈 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글을 계속 지운다는 것은 자기 검열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점이 탐욕이라 것을 살펴보십시오. 자신의 고민 지점이 안보여 답답한 심정입니다. 자신이 예민하고 상념이 많다고 했는데 그게 왜 문제일까요?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세세하게 보는 것 같으니 예민하다고 느끼고 입력된 것이 많고 잔상이 남으니 마음이 복잡하고 집중이 안 된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너무 한가해서 그렇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사실 너무 한가하거나 집에 혼자 있을 때 편안하면서도 상념에 빠지기 쉽습니다. 오히려 어떤 일을 하든가 집중하면 다른 것들을 선별해서 들을 수 있고 집중이 더 잘됩니다. 상념이 많다가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요. 명상의 관점에서 상념이 많은 것은 도구로 활용할 것이 많다는 것이지 걱정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상념 이 자체가 정말 문제인지 살펴보십시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원한다는 마음속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세팅된 상태를 바라는 것이 아닌지요. 이러한 순결주의와 이상적인 성향을 살펴보세요. 이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방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삶의 과정에서 어떤 극적인 상황이 있어야 번뇌에 빠지고 해결할 수 있는 기미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별로 큰 일이 없는 것 같은 삶이라도 각자 자기 나름의 괴로움을 안고 있습니다. 드라마 같은 극적인 삶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드라마요 매순간이 극적입니다. 자신의 삶속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점을 잘 살펴보십시오. 우선은 일단 아무거나 써보고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대문은 열어났으나 집안의 다른 문들은 다 닫아놓은 느낌입니다. 불교의 논리를 촘촘하게 풀어낸 것은 알겠으나 자기 목소리가 없고, 답이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의식을 찾아 쭉 써보면서 좁혀가는 과정이니 그렇겠지요. 그러나 행복을 얘기하다가 구원으로 간 것은 너무 건너뛰어 진제로 가버렸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우리는 구원보다 행복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요. 자기 이야기를 쓰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잘 알고 있는 불교지식을 정리한 글이 아니라 쌤이 어떤 번뇌를 겪고 있으며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제일 열심히 쓰시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도 나를 비난하지 않았고 내가 나를 비난했을 뿐이라는 것을 발견 하셨지요. 결국 내가 나를 잃어버릴 정도로 괴로웠던 것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비난할거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는 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전에 누리고 있었던 것을 누군가 빼앗아갔다, 나는 그것을 잃어버렸다고 여긴 것이지요. 이것이 탐욕이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나에게 좋을 것이라고 스스로 선택한 것이 별로라는 느낌이 들 때 탐욕은 나타납니다. 그래서 내가 꿈꾸던 것을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괴로워했던 것이지요. 별명이 하나 더 생겼네요. 대(왕)욕심쟁이! 탐욕이 한도 끝도 없다는 것을 최근에 아셨고 자신의 삶에서 감사한 것은 하나도 못 느끼고 얻은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삶이 무명이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을 글로 잘 풀어내 주기길 기대합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무명을 확인하며 분투해 보십시오.

 
전체 4

  • 2021-06-10 06:52
    이게 바로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그 경지입니꽈?
    울 촘촘샘은 역쉬!!! 촘촘입니다. 참 훌륭한 재능을 가지셨습니다 그려.
    그 재능으로 흐뭇하고 빛나는 에세이 한 편을 마무리하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후기, 두고두고 다시 들여다보며 글도 쓰고 마음도 챙기렵니다. 고맙습니다^^

  • 2021-06-10 07:09
    오, 미영샘께선 그 긴~ 시간 모든 사람들의 코멘트를 주의깊게 경청하며 하나 하나 공감하고 계셨군요! 혹시라도 놓칠 수 있는 핵심을 이렇게 정리해 주셔서 깜딱 놀랐습니다. 저희들 모두 도반들의 코멘트에 마음에 부대끼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그 부분이 살펴보아야 할 지점이 아닌가 합니다. 대문만 활짝 열어놓은 저도... ㅎ 수고하셨슴다, 미영샘!

  • 2021-06-10 09:23
    감동받았습니다. 아침부터. 이리도 꼼꼼하게 체크해주니 날아갔던 것들을 다시 잡아채서 살펴보게 됩니다. 샘이 올해 밝아지고 가벼워진 것처럼 느껴지더니 후기도 글케 느껴지네요. 고맙습니다.

  • 2021-06-10 12:07
    후기 읽는데 숨이 막히네요.. 너무 촘촘해서......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