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글쓰기

<불교와 글쓰기> 10월 26일 4학기 1회 수업 공지

작성자
윤지
작성일
2020-10-17 13:14
조회
3079
불교팀 3학기 에세이를 마쳤습니다. 3학기에 읽은 마명 스님의 <대승기신론>에서 믿음의 문제를 중심으로 에세이를 풀어보는 것이었죠. 각자 나름의 주제로 써온 글을 발표를 했습니다만 스승님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두우셨다는 점에서... 네, 대략 그날의 분위기를 감 잡으실 수 있겠죠. ^^;;

12개의 에세이를 발표하고 질문하고 답하고 스승님의 코멘트를 듣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고 배운 점 몇 가지만 간추려봅니다.

 
  1.  공통과제보다도 에세이에서 글의 긴장감이 떨어지고 문장의 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공부의 힘, 근기를 돌아봐야 하는 문제다. 경전에서 내가 읽고 배운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내 삶은 아직 이럴 수 밖에 없다고 글로 변명하는 것인가? 자신에게 그런 식의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

  2. 자신의 번뇌에 깊이 있게 다가가 질문하고, 문제를 벼리고 벼려서 제기하라. 그렇게 서론에 제기한 문제의 힘을 글의 끝까지 밀고 가야 한다. 텍스트를 이해하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게 되면 문제 의식은 본문에서 사라진 채 결론에서 급히 마무리를 하게 된다.

  3.  불교는 우리가 그 조건의 원인이자 결과임을 끊임없이 얘기한다. 우리가 겪는 것의 원인은 우리 자신임을 잊지 말 것. 번뇌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번뇌로부터 왜 벗어나고 싶은지를 분석해야 한다. 번뇌가 걸리는 지점에서 생각의 회로가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정밀하게 볼 것. 벗어나고자 하는 내 마음속의 두려움이 무엇인지, 내가 나를 무엇과 동일시 하는지를 보라. 내가 동일시 하고 있는 그 지점이 아만이자 아상이다.

  4. 어떤 역경에도 때묻지 않고 어떤 불우함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자들이 있다. 그런 자들을 경외하고 흠모할 수 있으나 그 마음에는 여전히 역경을 피해야 하는 나쁜 것으로 바라보는 전제가 있다. 불교의 관점은 이것과는 다르다. 불교는 힘든 역경을 헤쳐 나가라고 하는 게 아니라, 역경이 더 이상 역경이 아니고 두려움이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게 되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마음이 가능함을 말한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무엇이 내게 두려움을 만들어 냈는가를 꿰뚫어 보고 그걸 깨닫는 순간, 두려움과 역경에 대한 마음이 다르게 전환될 수 있다.

  5. 배웠다는 것은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질문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무명의 삶이다. 우리는 지금 이게 내게 진짜 좋은 것인지 질문하지 않는다. 이게 진짜 좋은 것일까? 좋은 것은 무엇이고 나쁜 것은 뭘까? 라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질문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어떤 대상이 있고 그걸 ‘애착’함으로써 나 자신이 정말 좋은데 이를 수 없음을 알게 된다.

  6. 파도가 치는 삶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해했다고 해서 파도가 없는 삶이 오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파도를 간신히 이해하고 나면 또 다른 파도가 다가 온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 파도가 치지 않는 삶이란 없다. 파도는 파도대로 긍정하면서 불생불멸하는 바다와 그 위에 명멸하는 파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면 매번 오는 파도가 번뇌가 된다. 계속 다가오는 파도를 계속 겪어내는 삶이 붓다의 삶이다.

<불교와 글쓰기> 1026, 4학기 1회 수업 공지입니다.


 
  1. <유마경> 80쪽까지 읽고 공통과제 해옵니다.

  2. <윤리학> 107쪽 정리 28번부터 일독해 옵니다.

  3. 명상: <대승기신론>을 마무리하면서 염불 수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신 것 같습니다. 하여 4학기 첫 시간에는 만트라를 염송하는 명상을 함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방학 동안 하루 20분씩 명상 잊지말고 꾸준히 해보세요.


다음 시간 간식은 미영샘, 반찬은 현숙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방학 잘 보내시고 4학기에 만나요~//
전체 3

  • 2020-10-17 20:25
    오오..이거슨, 에세이론 에센스! 이번 학기 동안 한 가지라도 소화 시켜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0-10-19 09:19
    다음 에세이 전에 읽어보아야할 체크리스트 감사합니다.^^
    윤지반장님도 방학 잘 보내세요~

  • 2020-10-19 10:42
    항상 수고해주시는 윤지반장님!! 요건 도반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하는 맘이 그대로 전달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