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5일 후기
작성자
아로리
작성일
2017-09-26 06:00
조회
2604
뭐가 있다고 생각하는 존재에 대한 환상, 있는 걸 내 것으로 여기는 소유, 소유한 걸 즐기는 쾌 이 세 가지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일으키는 실체화의 메카니즘이다. 있다를 있다로서 실체화하거나 없다를 없다로서 실체화하는 것 모두를 거부하는 불교는 연기 조건에서 현재 드러나고 있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실체화의 메카니즘을 깨뜨린다. 내 안으로 흘러들어와 일어난 그것을 그대로 흘려보내 사라지게 하는 관찰을 통해 우리는 더 좋은 것을 갈망하는 갈애를 끊고 '이치에 맞는' 삶을 살게 된다.
몸과 마음. 둘 다 내가 어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조건이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처럼 불교는 마음에 더 집중한다. 욕망으로 요동치는 바다와 같은 마음을 바라보고 살피다보면 고정된 실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든다. 그런데 모든 것이 달려 있고, 온갖 것이 일어나는 마음을 관찰하는 나라는 존재는 있다. 이 나라는 존재도 연기적 조건 속에 있을까?
글을 평하면서 선생님이 한 말씀 중에 '돌파한다'가 있었다. 쳐서 깨뜨려 뚫고 나아간다는 뜻이다. 어떻게든 이해하려는 몸부림인 돌파의 결의가 없을 때, 불교와 글쓰기이든, 소세키와 글쓰기이든, 니체와 글쓰기이든 계속해서 '나와 글쓰기'만 반복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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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2017-09-26 12:13그러게요. 나를 더 뚱뚱하고 확고하게 만드는 글쓰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잘' 공부하는 게 필요할 듯해요; 고정된 실체가 없다, 이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왜 없는데도 있다고 여기는가, 그렇게 우리가 '믿기'까지의 메커니즘이 무엇인가'를 파고들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불교 공부야말로 적극적이고 충실한 개념 정리가 방법적으로 요구되는 듯 >.< 정말로 삶을 바꾸고자 한다면 투철한 인식론적 공부와 수행 모두를 놓칠 수 없다는 걸 부처님이 내둥 말씀하시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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