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글쓰기

0912 셈나 공지

작성자
수경
작성일
2016-09-06 13:51
조회
3446
어제 첫 시간은 다들 어떠셨나요? ^^ 저는 오랜만에 만난 불교 학인들, 그리고 뉴훼~이스이신 보리쌤, 셈나의 막내 권경덕쌤 모두 아주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이렇게 두꺼운 경전을 읽는 것도 처음이고, 일반 세미나가 아니라 글쓰기 프로젝트로 불교 공부를 하는 것도 처음이라 약간의 걱정과 기대가 앞서네요.
하지만 우리는 불교도!인만큼, 걱정이나 기대로 마음을 널뛰게 할 게 아니라 그런 내 마음 하나하나를 살피며 읽고 쓰면 좋겠습니다.
첫 시간에 채운 쌤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앞으로 세미나를 위해 제출하실 글들은 단지 단상과 느낌에 그쳐선 곤란해요^^;
불교의 개념들을 이해하기 위해 경전을 씹어먹으면서 동시에 그것을 우리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삶, 사유, 사건들에 결부시켜 번역해내는 작업을 목표로 삼고자 합니다.
처음이신 분들은 낯설고 어려움이 있으실 게 당연한데, 다른 학인들과 더불어 공부하시다보면 차차 익숙해지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저 묵묵히, 크게 기대하고 실망하지 않고서 한 걸음 한 걸음씩 함께 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첫 시간에는 니까야에 대한 소개 및 디가니까야의 구성을 잠시 살펴본 뒤, 각목 스님과 전재성 선생의 디가니까야 해석을 함께 읽었지요.
불교에 대한 각자의 경험치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고 비교적 평이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의 한 구절이 남았네요.
"후세에 와서 이러한 가르침이 경전화되어 단지 이해의 대상이 되었을 뿐, 신앙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주술적인 기복에 자리를 양보하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가르침이 죽어 있는 가르침이 아니라 온 가족의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생명의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부처님의 말씀을 신앙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전재성, <왜 빠알리 니까야를 읽어야 하는가> 中)

앞에서도 '우리는  불교도'라고 제가 말씀드렸는데, 이건 짧은 시간이나마 불교를 재미있고 나름으로는(^^;) 성실하게 공부했다고 스스로 믿는 저로선 이제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입니다.
저는 절에 다니지 않지만 제가 한 명의 불교도라고 믿고 있는데, 이는 불교의 교리를 도그마화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의 변환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그러니까 불교 공부의 핵심이 되는 空과 緣起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고 일상 안에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해 사유하고 행동을 택함에 있어 이 가르침을 베이스로 삼고자 한다는 것, 이것이 한 사람의 학인을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거죠.
붓다를 믿고 그것에 기대는 게 아니라, 달리 믿거나 의지할 어떤 것도 실체로 있지 않음을 이해하고서 그로부터 삶의 지혜를 만들어가는 일, 이것이 불교 공부가 신앙인에게 진실로 권하는 일이니까요.
수업 시간에 채운 쌤은 그래서 불교에서는 신앙과 사상이 분리되지 않는다고, 이해와 정서가 구분되지 않는다고, 불교에서 신앙이란 곧 가르침에의 실천에 다름 아니라고 하셨던 거죠.

자, 이제 불교와 글쓰기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을 읽고 번역하는 작업에 돌입해야겠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함께 해보아요.

그럼 다음 주 월요일 오전 10시, <디가니까야>  1장에 대한 페이퍼와 함께 만나겠습니다. 모두들 그 앞의 해제도 읽어오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간식은 현옥쌤께 부탁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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