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글쓰기

9월 25일 불교와 글쓰기 수업후기

작성자
은남
작성일
2017-09-27 23:57
조회
2681
“수행승들이여, 세상의 배우지 못한 일반사람은 고귀한 님을 인정하지 않고, 고귀한 님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고귀한 님의 가르침에 이끌리지 않고,
참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참사람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참사람의 가르침에 이끌리지 않는다. 그는 땅을 땅으로 여기고 땅을 땅으로 여기고 나서,
땅을 생각하고 땅 가운데 생각하고 땅으로부터 생각하며 ‘땅은 내 것이다.’고 생각하며 땅에 대해 즐거워한다.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는 그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나는 말한다.”

맛지마니까야 1경 근본법문의 경중에서 옮겨 왔습니다. 이번주 수업은 바로 이 대목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쌤의 말씀도 근본법문의 경이 경중에서 가장 근본이라며 왜 그러한지 ‘~를 여기고’를  가지고 설명해 주셨는데요, 여기에서 ‘무지, 번뇌, 탐진치, 소유,
악’ 등  모든 문제가 나온다고 했지요.  ‘세상의 배우지 못한 일반사람’이란 무지의 상태에 놓인 사람을 말하는데, 무지(무명)이란 바로 ‘~을 여기고’처럼
세상 모든 것을  ‘~무엇이 있다’에서 출발하는 거라고 합니다.
무명의 매커니즘은 존재를 유로부터 시작하여 ‘땅은 내 것이다.’고 생각하며 땅에 대해 즐거워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땅은 내것이다’라는 뜻은 ‘존재를 내 관념이 소유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쉽게 몸을 예로 들었는데요, 손이 아프다고 하면 우리는 내 몸이
아프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손이나 팔, 다리, 몸뚱아리가 내가 소유하고 있고 이런 집적물이 바로 나라고 여기기 때문에 몸에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몸이 내것이라면 병들지도 않아야 하고 내 마음대로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합니다.
어디 몸하나를 봐도 내것이 아닌데 우린 그토록 집요하게 다 내것으로 만들고 나라고 생각하고  맙니다.  ‘뭐든 내것이다’ 라고 하는 것은 그것으로부터
생각하고, 내가 소유하는 것이고, 바로 나라고 생각하고 나랑 동일시하는 겁니다.  여러번 반복하지만 어떤 것을 대상화하고 그것으로  내 것으로
소유하고 나라고 생각하고 그런 인식 이후에  ‘땅에 대해 즐거워 한 것’ 처럼 쾌를 느낍니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 태클을 걸면 나를 부정한 것 같아 괴로워하지요.  쌤은 ‘존재와 소유와 쾌’가 인식의 한셋트로 우리는 뭔가 인식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쾌와 불쾌의 감정을 동반하고는 갈구하고 집착하게 된다고 하셨지요.
그래서 모든 ‘인식의 문제는 욕망과 연관되어 있고, 욕망은 인식을 전제로 한다.’고 하였습니다.  찬찬히 생각해봐도 참말로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대상을 내것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막 좋다거나 그런 감정이 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와 달리 배우는 학인의 앎이란  '여기고' 가 아니라 ‘곧바로 알고’  입니다.  관념을 소유하지 않는 것입니다.  욕망이 바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배우는 사람은 생각도 특정 조건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실체가 없는 것임을 곧바로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곧바로 알고’ 란 觀하는 것으로 생각의 매커니즘을 보고 내려 놓으라는 말이라는데, 생각을 실체화하지 않는 훈련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본다’가 ‘배운다’라고 했던 이유는 배우는 학인을 떠올라서입니다.  부처님은 배우는 학인은 ‘그는 그것을 충분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씀하십니다.  배우는 학인은 충분히 알아야 곧바로 아는 순환이 잘 될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충분히 안다'고 '본다'로 곧바로 이어지는 걸까요?
‘본다’는 라는 것이 무엇인지 여전히 어렵네요.  쌤도 ‘곧바로 안다, 본다’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보라고 하셨지요.

마지막으로 저도 글쓰는 것에 대해 느낀바가 많았어요.. (많이 찔렸습니다.  곧 글이 '나'라는 동일시가 심하더라는...)
구구절절 쌤의 말을 가져오지 않을 수 없네요..
인용한 부처님 말씀에서 생각하고 글을 써야지 대체 너의 글이 구지 부처님 말씀아니더라도 되는 글이라면 뭐하러 경전을 읽느냐고요.
우리가 겪는 비근한 문제는 다른 모든 문제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요.
자기의 문제에서 사람들의 삶의 원리를 ‘추상화’ 해서 도달 할 수 있어야 너의 문제도 풀리는 거라고요.
한정된 경험으로부터 한정성을 넘어가는 것이 글쓰기라구요.  자기의 것, 자기 생각, 자기 감정만 보더라는 것에 저는 찔렸더랍니다.
자기의 감정을 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인용한 부처님 말씀을 곱씹으며 자기의 것에서 한발짝 나가라는 충고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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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28 14:35
    엥 이야기가 중간에 끊긴 느낌... 후기에도 결론이란 게 있음 더 좋지 않을까요 ㅎㅎ 저도 제가 집착하는 것들, 저를 투사해 동일시하는 이런저런 것들을 떠올리며 찔렸더랬습니다. 게다가... 동일시하는 것들 면면이 너무 찌질해서 제가 어떤 인간인지를 숨길 수가 없다는 >.< 스스로에게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처님 말씀 잘 들어야겠어요. (덧붙여서... 구지->굳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