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글쓰기

<불교와 글쓰기> 9월 6일 3학기 6주차 공지

작성자
미숙
작성일
2021-09-02 23:11
조회
2563
천개의 고원을 넘으면서 두 극단들을 배워왔습니다. 나무와 리좀, 지층과 고른판, 유기체와 기관없는 신체, 절편과 선. 그런데 이 두 개의 극단은 늘 섞여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극단 사이에 ‘배치’가 있으며 배치는 두 극단의 경향성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배치가 내포하고 있는 것이 두 가지 극단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합니다. 배치는 다양한 욕망들이 흘러 다니는 장이고요. 그 흐름들, 움직임에 따라 유연해질 수도 있고 굳어질 수도 있어요. 어떤 관계 속에서 변환을 이뤄내느냐에 따라서요. 불교의 생활방식과 수행도 그런 변환을 이뤄내려는 시도, 실험이겠지요. 불교를 공부하면서 감관을 수호하라는 가르침을 계속해서 듣고 있는데요.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알아들을 때가 이제는 온 것 같습니다. 작년에 에티카를 공부하면서도 배운 것이 정신은 신체변용, 감각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이었잖아요. 불교에서도 마음의 문은 신체, 감각이고 감각은 ‘촉’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변환을 이뤄내려면 ‘촉’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야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까지의 습관화된 방식을 벗어나 유연해지는 방식으로 관계 맺는 것.. 유연하지 않은 습관이 얼마나 배여 있을까요? 처음에는 그것을 벗어나는 일이 힘들고, 유연해졌더라도 다시 굳어지기 쉽기 때문에 계속 움직여야 하는 일이 힘들겠지요. 음..계속 힘들까요?...이런 걱정을 하자니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신근信根에 대한 내용이 떠오릅니다.^^;

이띠붓따까 62 능력의 경[Indriyasutta]에는 ‘세 가지 능력’이 나오는데요. 한역으로는 삼근三根! 미지당지근, 이지근, 구지근..어쨌든 신근信根!! 믿을 수 있는 능력도 근기라고 하시면서 이 믿음이라는 것은 지구력, 항상성으로 나타난다, 믿기 때문에 계속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씀이 저의 근기에는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계속 하기라도 해보자..하는 마음이었을까요.^.^...유연해지는 것은 한번, 또는 몇 번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거에요. 무주無住, 매번 지금 여기서 발심하고 벗어나는 일 같은데 그건 참 힘들면서도 자유로운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삶의 끊임없는 변환의 과정을 ‘되기의 과정’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은데, 이제 말로만 듣던! 천개의 고원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10고원 ‘-되기’를 공부해보겠네요. 다음 시간에 토론할 부분에 ‘되기’가 나온다니 잘 읽고 함께 토론해보아요.^^

돈후앙의 가르침을 얘기하면서 말씀해주신 ‘배우려는 자에게 나타나는 4개의 적-위험들’도 참 인상적이었죠? 남 얘기 같지 않으면서..나는 어디쯤인가 생각하게 되고..적이 나타날 때마다 그렇더라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할 때의 피곤함?!...ㅎㅎ 처음 배움의 길에서의 ①두려움, 공포. 그러나 그 두려움에 지면 다시는 배우지 못한대요. 그 후에는 조금 알겠다는 느낌, ②자신감이 들어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런 자신의 태도를 오히려 의심하며 나아가 더 총명해진 이의 곁에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③권력이 생긴 것이지요. 이때 더 신중하고 자제하라고 하는데 저는 이 말이 참 좋습니다. 신중하고 자제하라.. 그런데 네 번째 적이 ④혐오네요. 소멸의 열정이라나요. 피곤해! 쉬고싶어! 도로아미타불의 상태라고 하니 무슨 소리인지 쉽게 이해가 갔답니다. ^^;

이 적들, 위험들을 마주했을 때 주저앉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도주선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어디에도 갇히지도 머무르지도 굳어지지도 않는 삶! 참 멋있어 보이는데..용기가 필요해요. 그래도 어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도주선을 만드는 것이라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면 선의 의미가 삶과 참 다르지 않아요. 불교를 공부하는 식자!라면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은 발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5주차 수업의 자세한 내용은 윤지샘께서 올려주실 후기를 참고하세요! 도반님들~~남은 한 주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뵈어요~~~^^

 

<9월 6일 3학기 6주차 공지>

* 이띠붓따까-여시어경 제3장. 제삼품(p359~381) 읽어오고 낭송+법담 나눕니다.

* 불교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이 사회의 문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4학기 에세이 주제를 구상하고 메모해옵니다.

* 천개의 고원 토론 : p481~493 읽어오고 함께 토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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