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글쓰기

<사성제 팔정도 세미나> '정정진正精進' 후기

작성자
지영
작성일
2021-06-23 23:02
조회
2629
도반님들 오늘 하루도 느슨함과 긴장감 사이에서 잘 조율하셨나요? 저는 이번 주 써야 할 것이 많다는 현실과 쉬고 싶다는 욕구 사이에서 느슨해지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습니다. 백척간두로 밀어붙이지는 못할망정 미루지 말자 싶었고, 사실 미숙샘의 배려가 느슨한 상태를 팽팽하게 당기는 줄감개 작용을 했어요. 순서상 제가 이번 주 불교와 사성제 후기를 같이 쓰게 되었는데, 미숙샘이 후기 하나를 맡아주겠다 해서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평소에도 핏기없는 얼굴이 더 창백해 져서는...곧 쓰러질 것 같은 미숙샘에게 걱정을 끼쳤네요. 사설이 좀 길었죠˙◇˙

이번 주는 팔정도八正道의 여섯 번째 가르침이 정정진正精進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앞서 올바른 생계에 관한 정명定命을 배우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란 말을 모든 생명과의 연결성 속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에 뜨끔했었는데요, 그 여파로 당장 다음날 집에 있는 유정란이자 생명체 앞에서 한참 망설였습니다. 결국 그다음 날 냉면과 함께 달걀을 먹으면서 무정란을 먹어야 하나 생각하다가, 모든 존재와 무관한 먹거리나 개별적인 삶은 없다는 막연한 느낌에 정명이라는 과제가 정말 쉬운 문제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당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를 다 끊을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입에 넣기 전에 망설임이 생기긴 했습니다. 그런데 과한 것을 덜어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익숙하고 편한 것들을 놓지 않으려는 마음과 싸워 이겨야 하는 걸까요?

어떻게 해야 불만족에 끄달리지 않고 궁극적으로 평안해질 수 있는가의 문제를 팔정도의 여섯 번째 정정진正精進에서 보면, 그것은 매 순간 우리의 바른 노력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이 노력을 부처님은 악기의 줄에 비유하셨는데요, 줄이 지나치게 느슨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팽팽하지도 않은 적당한 음계에 맞춰졌을 때 아름다운 연주에 적합한 상태와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몸을 학대하면서 불선한 의지를 막고자 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뿐더러 혐오와 좌절만 일으키게 되니, 단지 긴장된 마음을 풀고 근육을 이완시키기만 하면 된다(296)고요. 대체로 방어적인 태도로 긴장상태에 있는 저에게 꼭 필요한 말씀이었어요.

또 바른 노력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매 순간 몸과 마음을 다한다'는 사전적 정의를 빌려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바른 노력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그 밖에 모든 것을 부정하거나 참는 노력이 아니라고 합니다. 재물이나 명예를 얻기 위해 참고 인내하는 노력은 객관적 실체가 있다는 착각 속에서 갈애에 휘둘리는 것으로 욕망에 더욱 연료를 공급하는 것이라고요. 불교에서는 원하는 것을 얻는 그 순간의 행복이 사라지면 공허함에 빠지거나, 욕망을 억누른 만큼 거센 반작용에 휘둘리게 되는 것은 노력이 아니라 갈애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바른 노력은 보고 듣는 것 등의 감각을 막거나 참는 것이 아니라, 바른 음식을 주어 각 감각 욕망을 줄이는 것입니다. 바른 음식은 단속, 버림, 수행, 보호의 네 가지 노력으로 '사정근四正勤'이라고 합니다. 이 네 가지 노력을 통해 “정신적 진보를 가로막는 장애를 극복”(294)함으로써 바른 노력은 바른 사띠와 바른 집중의 필수 요건이 됩니다. 가령 단속한다는 것은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감각 대상을 지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감각 기관을 통해 형상을 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맛 등을 지각하지만 그 표상을 취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표상을 취함에 따라 일어나는 감각적 욕망을 제거함으로써 바른 사띠와 집중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또 단속의 다른 표현으로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을 단속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정리 하면서 이전에 했던 감각 명상 중 시각 대상에 집중하는 명상이 떠올랐는데요, 붉은 연꽃을 보면서 ‘꽃’이라거나 ‘붉다’고 생각이 떠오를 때 그 표상을 취해 예쁘다거나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꽃이라거나 붉다는 생각이나 예쁘다는 표상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을 봄으로써 짧게나마 마음이 편안하고 조용해지는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매일 매일의 항상적인 명상이 수행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새겨봅니다.

이상의 네 가지 바른 노력 중 저희는 ‘수행’에 대해 가장 많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수행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늘 애매했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은 깨달음에 이르는 7가지의 요소를 닦는 것이자 통찰이나 지혜를 이끌어내는 마음을 챙김임을 알았습니다. 또 수행도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 숙고”(293) 혹은 문사수聞思修의 사思를 통해 내게 선하고 이로운 것을 닦는다는 것도 늘 듣고 보면서 새삼 들어왔네요. 칠각지七覺支의 대략적 내용은 공부제일 윤지샘이 설명해주신 것과 토론, 네이버 지식인을 참고했습니다.

*칠각지七覺支

주관적 해석 없이 이 순간 몸, 느낌, 마음 법을 고요히 알아차리는 염각지念覺支, 모든 현상(법)을 분명하게 구별하고 분석하는 지혜인 택법각지擇法覺支, 백척간두百尺竿頭 진일보進一步로 이끄는 바른 노력(四正勤)인 정진각지精進覺支, 감각적 쾌가 아니라 앞의 수련을 통해 경험하는 기쁨인 희각지喜覺支, 들뜸의 상태인 무아지경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모든 것이 명료해지는 가운데 평안한 상태인 경안각지輕安覺支, 마음이 한 곳에 집중된 상태인 정각지定覺支, 경험하는 모든 현상에서 번뇌가 일어나지 않고 평정한 상태인 사각지捨覺支로 정리해보았는데, 혹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다음 주 ‘바른 사띠’ 발제는 모두의 애정을 한 몸에 받은 경아샘이 맡아주셨습니다.

미루지 않으니 이렇게 마음이 편안한 것을...이미 바른 노력 중이신 선배님들을 따라 저도 미래의 댓가나 보상을 바라며 열심히 하는 노력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저에게 기쁨을 주는 노력이 무엇인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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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4 12:53
    우야든둥 그대의 공덕이야! 바른 노력! 사정근!!! 칠각지!! 정리 감사해요~~^^ 지영샘 생각하면서 이번주 정정진!!! 할게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