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글쓰기

<사성제 팔정도 세미나> 12회 세미나 후기

작성자
윤지
작성일
2021-07-19 09:01
조회
2692
사성제 팔정도 세미나가 12주간의 긴 여정을 마쳤습니다! 앗, 벌써 그때가 언제였나 싶으시다고요?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바로 그 다음 주에 불교팀은 기나긴 에세이 발표가 있었고, 이후 정신줄 놓게 만드는 이 무더위에, 코로나 4단계에 방학 모드로 들어갔으니 벌써 시간이 좀 지났네요. 헤헤, 마지막 후기가 반장의 불찰로 좀 늦어졌습니다요. 저는 이 더위에 선풍기를 틀고 연신 부채질을 하며 “아, 8정도 마지막 세미나에 공부한 게 뭐였더라….” 하였으나 너무 더워 포기하고 결국 에어컨을 켰습니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에 조금 정신을 추스르고 나서야 정정(正定)을 토론한 기억이 가물가물 떠오르네요.

마음이 집중해서 머무는 고요한 상태인 올바른 집중(samma-samadhi)!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32도 남짓한 이 더위에도 저는 힘들어서 도무지 집중이 안 된다고 해롱해롱 대는데, 부처님을 포함한 고대의 인도인들은 그토록 더운 나라에서 어떻게 선정에 들었을까요.... 에어컨도 없이! 보리수 나무 아래는 그늘이 져서 그나마 시원했을랑가요?! 아무튼 공부가 부실한 저 같은 중생은 덥네 어쩌네 이 핑계 저 핑계 변명도 많습니다요.

정견(正見)으로 시작되는 팔정도는 마지막 여덟 번째 정정(正定)으로 마칩니다. 팔정도의 순서, 기억하시옵니까? 저희가 세미나 마지막 시간에 셤본다고 외워와 돌아가며 짝궁과 함께 힘차게 외쳤던 "정견(定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定業), 정명(正命), 정정진(正精進), 정념(正念), 정정(正定)"! 맞습니다. 짝짝짝! ^^ 이걸 아직 기억하고 계시다면 그래도 세미나를 한 보람이 있네요. ㅎㅎ 만약 가물가물하시다면 다시 한번 우렁차게 복습을~ 하셔야겠죠?!

팔정도는 전체가 유기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했죠.  계율과 선정과 지혜(戒定慧)의 트라이앵글이 상호 긴밀하게 연계되듯이 말입니다. 하여 마지막의 올바른 집중은 올바른 견해인 정견의 통찰과 깊은 관련을 가집니다. 그렇다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올바른 집중, 정정’이란 무엇이냐, 이것은 시끄럽던 번뇌들이 잠잠해지고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아 통일되고 집중된 상태입니다. 정정은 환각이나 최면, 혼수상태와는 전혀 다르죠. 의식이 또렷하고 명료하게 깨어있는 선정의 상태입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수행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집중-삼매의 수행인 사마타(samatha)와 통찰-지혜의 수행인 위파사나(vipassana)가 그것이죠. 이때 사마타의 상태에 이르기 위해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시켜 가라앉히는 것이 올바른 집중, 즉 사마디입니다. 그런데 사마타 수행은 정정(正定) 한 가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정정진과 정념이 함께 도와서 작용한다고 했죠. 계정혜(戒定慧)에서 정(定)에 해당되는 8정도가 정정진, 정념, 정정인 것과 같습니다. 알아차림과 집중의 명상으로 끊임없이 정진하는 것! 그렇게 완전한 고요를 얻고 나면 진정한 지혜로 꿰뚫어 보는 통찰을 계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불교에서 삼매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통찰을 계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삼매를 올바로 닦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통찰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했죠. 하여 고요와 통찰, 사마타-위파사나는 함께하고 동시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불교의 지관쌍수(止觀雙修) 수행이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네요.

명상수행을 위해서 부처님께선 제자들에게 다양한 주제를 주셨다고 합니다. 들숨 날숨의 호흡 수행, 자비희사의 사무량심, 신체의 부정관 등등 말이죠. 그런데 이 주제들은 수행승 각자의 기질에 맞게 주어졌다고 합니다. 저희가 사마타 명상을 연습하면서 자신에게 좀 더 맞는 명상 주제들을 찾아가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일단 명상 주제를 선택했다면 그것에 확신을 가지고 수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매일 일정한 시간에 조용한 장소에 앉아 진지하게 수행한다는 건 생각보다 만만치 않죠. 수행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해야 하고 성급하게 결과를 기대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정정진이 정학(定學)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이유를 알 듯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수행을 통해 고요한 마음의 성취를 이룰 수 있을까요? <붓다의 옛길>에서는 분명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이유를 성자들이 성자가 된 이유에서 설명하죠. “그들은 기분 좋기 어려울 때 기분 좋았고, 인내하기 어려울 때 인내했다. 그들은 머물고 싶을 때 전진했고, 말하고 싶을 때 침묵을 지켰기 때문이다. 그것이 전부다. 아주 간단하지만 매우 어려운 문제다.” (368쪽) 간단하지만 어렵다는 말에 공감이 되네요. 저희가 연습하는 매일의 명상도 쉽고 간단하지만 이걸 꾸준히 지켜나가기가 녹록지 않듯이 말입니다. 그래도 한 방울씩 계속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뚫듯이 저희도 간단없이 정진하는 것으로... ^^!

암튼 이렇게 12주간 사성제와 팔정도를 텍스트로 공부하며 붓다 다르마의 핵심을 짚어보는 시간을 마쳤습니다. 한 번의 세미나로 꼼꼼히 이해하기에는 어렵고 깊은 내용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고집멸도와 팔정도의 가르침을 훑어보며 이 귀한 가르침들에 조금은 익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주 월요일 바쁜 회사 업무를 마치자마자  달려와 함께 공부해주신 이림샘, 어려운 불교 용어들에 잠시 멘붕을 겪으셨으나 세미나의 처음과 중간과 끝을 즐겁게 함께 해주신 은선샘, 그리고 무엇보다도 월요일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불교 공부의 대장정에 동참해주신 불교와 글쓰기 샘들 너무나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 모두 수희찬탄 드리며 이 귀한 공부의 공덕으로 모두 성불하시길 바라옵니다!!! *^^*
전체 1

  • 2021-07-23 13:32
    불교이론에 무지했던 제가 사성제 세미나 덕분인지 조금은 불교에 대해 알게되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성제 세미나를 안했다면 정말 아쉬울 뻔 했다는 생각이 들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