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글쓰기

<사성제 팔정도 세미나> 5회 후기 및 공지

작성자
지영
작성일
2021-05-21 23:01
조회
2777
이번 주에는 팔정도八正道의 첫 번째에 위치하는 정견正見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우선 불교에서 말하는 바른 견해는 사물을 겉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발생의 차원을 본다는 의미에서 ‘근본적인 또는 이치에 맞는 주의기울임’을 말합니다. 바른 견해는 궁극적으로 사성제四聖諦를 이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저희는 ‘바른 견해가 팔정도의 첫 번째에 놓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삶에서 어떻게 바른 견해를 가질 수 있을까’, ‘어떤 맥락에서 팔정도의 정견을 이해해 볼 수 있을까’ 등의 질문하고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세미나 때 샘들의 논의를 너무 재미있게 듣느라 필기를 거의 못하고 듬성하게 남은 기억 속에서 들은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선 사성제四聖諦(苦·集·滅·道)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빠지는 두 가지 극단, 고행이나 욕락을 떠난 중도中道의 길로 붓다가 제시한 실천적 교설입니다. 정견은 이러한 사성제 중 하나인 도제道諦의 여덟 가지 실천 내용 중 첫 번째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괴로움에 대한 이해와 깊이 관련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두카는 앞 시간에서도 말했듯, ‘고통, 괴로움, 불편함’ 등으로 번역되는데요, 객관적 실재가 ‘있다’는 착각 속에서 끝없는 갈애에 휘둘리는, ‘한순간도 평온하지 않은 우리들의 마음 상태’를 의미한다고 경아샘이 정리해주셨습니다. 바른 견해는 괴로움의 원인을 외부 대상에 두는 것이 아니라 실재가 있다는 잘못된 인식, 즉 자기 마음 속 무명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신을 중심으로한 신앙이나 기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으로 무명을 타파하여 괴로움의 불이 꺼진 상태에 이르는 능동적 실천으로 해解 못지 않게 행行이 강조 됩니다.

사성제를 통해 바른 견해를 얻는 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사성제가 오온五蘊(色受想行識)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바른 견해는 존재를 늘 변하는 무더기 혹은 흐름인 오온의 속성을 이해해서 그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즉 오온의 무더기인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바른 견해는 고통의 원인을 찾아 없앤다거나 혹은 분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나 금지가 아니라, 자신의 행위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 그 반대의 것도 마찬가지임을 아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바른 견해를 얻는 훈련을 해 볼 수 있을까요. 가령, 벌레가 싫다는 느낌은 싫은 대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상한 조건 속에서 습관적으로 싫어하는 감정과 생각이 일어남을 아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또, 나라고 하는 것도 무상한 조건 속에서 나타날 뿐인데 나라는 존재가 ‘있다’고 착각하는 속에서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음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저는 오온에 대한 분석과 관찰을 통해 그것이 무상하다고 바르게 보는 것이 정견이라는 내용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변화, 무상이 존재의 근본적 특징임을 듣고 기억할 때마다, 나라고 믿는 감정이나 내가 ‘있다’는 생각의 전제를 의심해 보게 되고, 나와 나의 것이라고 붙잡는 마음이 느슨해지는 만큼 가벼워지기 때문입니다.

이상으로 후기를 마치며, 다음 주는 바른 견해에서 나오는 바른 사유에 대해 복희샘이 발제 맡아주셨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기대하며 이만 총총.
전체 2

  • 2021-05-22 20:59
    몸은 피곤하지만 사성제팔정도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것 같아 좋은 시간입니다.^-^ 후기 감사드려요!!

  • 2021-05-22 21:25
    바른 견해란 모든 존재의 괴로움, 괴로움 원인,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바른 견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의 보편적 진실인 괴로움을 보지 못한다고 배웠습니다. 8정도의 첫번째인 바른 견해를 공부하니 다시 예전에 토론했던 고성제의 내용을 짚어보게 되네요. 즐거움의 착각속에 빠져있지 말고 그것이 착각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정견은 출발하는 것 같고요. 달라이라마 존자님 말씀대로 사성제를 깊이 이해하지 않고는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아, 아직 제자리인건지 지영샘의 후기를 읽으며 제 발 밑을 살펴봅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_()_